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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안다. 이별이 어떤것인지 남자들은 어떤식으로든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 이별을 하게 된다.
그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할때 그 슬픔은 증폭된다.
군대를 입대할때의 그 슬픔을 난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두고 훈련소로 떠나는 기차를 타고 가던 모습, 그리고 그녀와의 긴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들
결코 돌아올수 없고 복원할수 없는 사랑이 될것같다는 슬픈예감을 뒤로 한채 쓸쓸히 훈련소로간다.
내가 한 이별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슬펐던 기억도 그 훈련소 가는 차창밖의 친구들이 흔들어주던
손이었다. 그리고 한번 웃어주고 슬픔을 감추고 뒤로 돌아가면서 눈한번 질끈 감던 모습
성시경 그가 우리곁을 떠나면서 선물하나를 놓고 갔다.
성시경이 6집 앨범을 냈다. 6집까지 냈을정도로 그는 중견가수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온것이 올해로써 8년째이다. 사실 성시경의 목소리는 가요의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 90년대였다면 그렇게 인기를 받을 만한 음색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주 가녀린 미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혹적인 허스키도 아닌 미성인듯하면서도 아닌듯한 약간의 탁한 느낌이 있다.
사부이기도 한 윤종신의 1집 앨범을 들어본적이 있는가? 그 미성에 비한다면 성시경 목소리는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희소가치라고 음반시장이 침체되고 많은 가수가 나오지 못하는 2천년대를 발라드계의 황태자로
군림한다.
맞다 성시경은 외모나 목소리가 동네 잘생긴 오빠, 공부잘하는 오빠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
공부잘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는 왜이리 닮아보이는지 부드러운 음색 거기에 지적인 느낌, 병약한듯한
느낌도 묻어 나오고 성시경의 목소리는 그런 목소리다. 공부잘하는 이웃집 대학생 오빠가 자기방에서
통키타를 치면서 창틈으로 흘러나오는 모습, 혹은 여름M.T떄 풀벌레소리를 배경으로 부르던
그런 모습.. 그런 이미지가 바로 성시경이다. 이 이미지는 앞으로도 쉽게 만날수 있는 이미지는 아닐듯하다
그가 여기 앨범한장을 놓고 군입대를 했다.
성시경 6집 여기, 내맘속에 앨범 리뷰
이 앨범은 발라드 앨범이다. 뭐 당연한것이다. 발라드 가수니까. 워우워우하는 R&B 노래창법은 없다.
성시경스타일의 속삭이듯 노래를 부른다. 발라드 앨범이라도 보통 한두곡은 빠른 탬포의 곡을 넣기
마련인데 이 앨범 11곡중 안녕! 나의 사랑을 빼고는 10곡이 스잔한 발라드곡이다. 이게 이 앨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듯하다. 보통 앨범에서 같은 발라드곡이라도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곡과 느린곳을 잘 배치하게
되는데 이 앨범은 군입대를 앞둔 자의 뒷모습같이 쓸쓸한 기운이 있어서인지 온통 쓸쓸한 곡이다.
이게 성시경의 앨범의 매력이자 독이될것이다. 성시경을 잘 알고 지금까지 그의 흔적을 쫒는 팬이라면
아주 좋은 선물이지만 어느날 문득 그의 노래가 좋아 이 앨범만 산 사람이라면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앨범에 약간은 거부반응을 일으킬수 있을듯 하다.
이 앨범은 5집에서 함께했던 윤종신이 빠지고 토이의 유희열이 참여한다.
타이틀곡인 여기,내맘속에, 안녕 나의 사랑이 바로 유히열의 작품이고 이 두 노래가 모두 가장 노래중의
하나가 된다. 이 앨범에는 발라드계의 선수들이 모였다. 유희열, 이승환,정지찬, 김현철,노영심이 참여했다.
한때는 저 이름들 모두 하늘의 별이 되었는데 가요계 침채로 인해 하늘에서 내려와 새로운 신성인
성시경을 도와주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성시경이 다 받아먹기만 한것은 아니다.
타이틀곡인 여기,내맘속에는 작사를 안녕,나의 사랑은 작곡, 잃어버린 것들은 작곡을 사랑하는 일은 작곡을 한다. 윤종신이 지금은 싱어송 라이터로 탈바꿈했지만 그도 처음에는 노래만 부르던 가수였는데
성시경도 다음이나 다다음 앨범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 변실할지도 모르겠다.
뭐 싱어송 라이터가 우러러볼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래 부르는 사람이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린 노래를
자신이 부른다면 가장 잘 들어맞는 맞춤식노래가 되어 그 노래에 감정이입되고 쉽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노래는 포크송을 연상케하는 미니멀한 악기로만 부르는 발라드곡이 대부분이고
과장된 코러스가 많은것도 아니다. 소품같은 노래를 담은게 바로 성시경 6집인듯 하다.
한곡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여기 내맘속에 성시경 작사 유희열 작곡
사랑이든 일이든 내가 사랑하는 걸 정리해야 한다는 건 너무 힘든일떠난다는것의 시작은 정리하는것이다. 나 또한 예정된 이별을 준비하기전에 정리부터 했었다.
정리하면서 도저히 정리가 안되는 감정을 안고서 눈물로 지새운적도 있다. 그럴때면 차라리
갑작스런 이별이 그냥 멍한 그 이별이 좋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성시경은 예정된 이별을 준비하면서
이 노래를 만든듯하다. 속삭이듯 친구에게 잘있어~~ 나 잘 갔다 올께, 너무 걱정하지마 하는 목소리가
노래속에서 들여온다. 이 앨범중에 가장 성시경다운 노래가 이 노래가 아닌가 한다.
여기 내맘속에 진심은 남겠지.. 라고 듣는 사람에게 속삭인다.
2. 어디에도 하승경 작사 김광진 작곡
이 노래의 가사는 메타포가 많은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 노래의 화자가 무슨 상태인지 알수가 없다.
떠나는 연인의 뒤통수에 하는 이야기인지 돌아와달라고 하는건지.. 가사는 직설화법이 아니여서
이해가 안가지만 후반부의 고음부분은 아주 시원함을 느낀다. 서서히 서서히 끌어오렸다가
펑~~하고 터지는 모습이 있는게 그런 면에서 후반부가 아주 듣기 좋다.
3. 더 아름다워져 심현보 작사 김현철 작곡
이 노래를 듣기전에 작곡 김현철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남들은 별로 인정안하겠지만 김현철이
90년대 초반 국내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낸것은 센세이션했다. 그의 천재성에 동아기획 사장님이
아주 좋아했다고 하던데 뭐 나중엔 기대치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건 음악적 기대치가 아닌
앨범 판매량일것이다. 김현철의 노래는 세련스럽다. 군더더기 없는 노래 꾸밈이 많지 않은
시원한 냉국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비유가 촌스럽지만 ㅋㅋ
이 노래는 김현철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있다. 사랑에 대한 기억을 고음의 파워와 함께
잘 살아내고 있다. 이 노래도 타이틀 곡 못지 않게 듣기 좋다.
4. 안녕 나의 사랑 유희열 작사 유희열,성시경작곡
딱 하나있는 경쾌한 곡이다. 이 노래 딱 들어보면 이거 토이다~~ 라는 말이 바로 나온다
토이의 객원가수인 김형중이 부른 그랬나봐와 좋은사람이란 노래가 이 노래륻 들으면 바로 나온다
아주 경쾌하고 흥겹다. 하지만 가사는 즐겁지가 않다. 타이틀곡인 여기, 내맘속에게 집안을 정리하면서
힘없고 풀이죽어서 친구에게 말하는 모습이라면 이 노래는 잘 있어요~~ 건강하세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모 연예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한 모습을 그대로 담은듯 하다.
눈물이 흘러 아니 내 얼굴 가득히 흐르는 땀방울
나 없을 때 아프면 안돼요. 바보처럼 자꾸 ~~~(울면 안돼요)
괜찮을거야 잘 지내요. 그대 (나의 사랑 그대)안녕
이라는 가사가 역설적으로 더 슬프게 들린다. 목소리는 웃고있지만 눈은 울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5. 잃어버린 것들 이미나 작사 성시경 작곡
이 노래는 사랑노래가 아니다. 대부분 노래가 사랑하는 사람을 물체화시켜서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는 그냥 사는 이야기다.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던 삶을 되돌아보니 놓고오고 잊고 지내고 잃어버린
것들을 노래한다.
모른 체 내가 버린것들 언제라도 되찾을수 있다 믿었어.
맞다. 무릎이 탁 쳐진다. 나도 그랬으까 내가 지금 바쁘니까 조금만 기다려 널 다시 찾아줄께 했던것들
한가해진 나에게 그것들을 다시 찾는 모습도 기억조차 못하는 모습을 문뜩 떠 올리면서 섬뜩해진다
나 참 잔인한 놈이다라고 ...
6. 그대와 춤을 정지찬 작사 작곡 정지찬
약간은 재쯔풍이 느껴지는 이 노래는 사랑하는 있는 두 남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사는 조금은 유치한데 부드러운 쨰즈선율에 어느정도 상쇄된다. 한밤에 와인한잔하면서
들으면 좋을 노래다.
7. Baby You Are Beautiful 성시경 작사 이준엽 작곡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한 황홀경을 노래에 담고 있다. 그런거 있지 않나. 저 여자는 나같은 후질근한
놈을 좋아할리가 없다면서 자기검열로 접근조차 못하는 모습 아마 이 노래의 화자도 그런 모습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구 그녀가 내 앞에서 웃고 있다는 모습
그런 사랑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 할수가 있겠는가. 지금 화자인 남자는 온세상이 장미빛일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너무 아름답다 그 어느순간보다도.
8. 눈부신 고백 이승환 작사 이승환 작곡
이 앨범에 그 유명한 어린왕자 이승환이 참여했다는 말에 조금은 놀랐다. 앨범예고에 보면 온통 유희열이야기라서 따지고 보면 이승환이 더 파워가 있고 영향력이 있지 않나? 그런데 밀렸다. 뭐 유명세로 앨범타이틀을
정하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보면 그럴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노래는 평범하다. 가사는 이승환 노래중에 화려하지 않는 고백이라는 노래가 연상될정도로
비슷한 노래다. 이승환의 네임벨류로 보면 조금은 실망스럽다.
9. 사랑하는 일 심재희 작사 성시경 작곡
내가 아는 노래중에 가장 슬픈노래가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밤인데 이 노래도 그 명곡에게 비교하긴
무리가 있지만 이 노래도 너무나 슬프다. 이 앨범전체가 슬픔이 묻어나지만 이 노래가 그 슬픔의
빛을 가장 발휘하는것은 아닐까 한다. 노래의 진해방식도 노래의 호흡도 이별을 한후의 상처받은 것들의
목소리가 묻어있다. 그러나 더 슬픈것은 이 노래의 가사다
돌아 오란 말 기다린단 말
가슴 가득 뜬눈으로 써내려 갔던 밤 오늘까지만 아파하자 억지 다짐한 그 때
10. 소풍 정재형 작사 정재형 작곡
정재형 그 베이시스의 정재형? 정말 반가운 이름이다
이 노래는 제목과 달리 소풍의 피크닉스런(?) 분위기의 노래가 아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과 즐거웠던 시절을 소풍이란 단어로 치환해서 보여준다.
아마 성시경이 서울을 떠나 논산훈련소로 가는 기차나 차창밖을 보는 심정을 그대로 담은듯 하다.
2년후에 팬들이 성시경에게 소풍의 느낌을 보관했다가 안겨줄듯 하다.
11. 당신은 참.. 노영심 작사 노영심 작곡
사람 참 이상하다. 노영심이 작사 작곡했다는 앨범 속지를 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성시경목소리가 아닌 노영심의 소녀같은 목소리로 오버랩된다. 내 귀가 그리 뛰어난 음악분석을 하는
귀는 아니지만 11곡을 다 흐트려 놓고 노영심 노래를 찾으라면 아마 이 노래를 찾고 맞출것 같다는
느낌이든다. 그 정도로 노영심의 노래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당신은 참.. 내게는 참 그런사람~~ 하는 모습이 자꾸 어른거린다.
보지도 않은 장면이지만 환상까지 보일 정도면 나도 참 나다.
노래는 잔잔하다 개울가의 냇물처럼 요란스럽지 않다. 단 한번의 높음도 없다. 냇물처럼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이렇게 앨범은 끝이난다. 극장이라면 엔딩크레딧이라도 올라가겠지만 ..
처음으로 음악리뷰를 쓰면서 스스로가 즐거웠다. 책서평, 영화평은 많이 써봤지만 이런 음악에 대한
평을 하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리고 감사하다 뛰어난 수작앨범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하나 사주고픈 앨범이다. 그 사람이 감수성이 예민하다면 잘 어울릴듯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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