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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다반사

노인 공경이 아닌 노인 무시시대

by 쇼비즘 2007.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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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60대이신 아버지께서 TV를 보면서  한탄을 하시는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왔다.
평소에 묵묵하게 TV를 보시던 아버지이신데 왠일로  소리를 내셨을까 해서 들어보니
어머니와 담소를 나누시고 계셨다.

하나도 안웃기는데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한다면서  TV를 다시 평소에 즐겨보시는 뉴스로
돌리셨다.

아버지가 보시던것은 인기있는 주말 쇼프로그램인데  맘에 영 안드셨나보다.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60대이신 아버지라면 TV에서 볼만한게 뭐가 있을까?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뉴스?   퀴즈프로그램?   사극?  그외엔 딱히 볼만한게 없으시겠구나 하는생각이
들었구 더 곰곰히 생각해보니 가장 시간이 많으신 노인분들이 TV앞에서 얼마나 절망해하며 허망해
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노인분들이 볼만한 TV프로그램이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뭐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노인프로그램을 만들 여유와 여력도 없어 보이는것 또한 현실이다.


정년은퇴하신 분들은  시간이 느리게 가신다고들 한다. 하루종일  소일거리를 하지만 시간은 더디기만 하시다.
그렇다고 TV를 넉넣고 볼말한 프로그램도 없다. 

공원으로 공원으로  노인정으로 가시는 것이다. 



한국은  10대 20대 30대를 사랑하는 문화가 있다.

10대의 뽀송뽀송한 피부를 20대의 잘빠진 몸매를  30대의 소비력을
젊은 몸을 숭배하는 문화는 이제 성형강국이란  결과를 내 놓았다.  몸의 한구석에 녹이슬면 바로 병원가서
녹을 벗껴내서 새것인 20대처럼 살고 싶어한다.   여자의 몸은 무조건 S라인이어야 하며
S라인이 아닌 여자는  게으른여자 자기관리를 안하는 여자로 낙인찍혀지고  남자또한 배나오면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모델도 아니면서 몸을 가꾸어 쭉쭉탄탄들이 되어야 한다


늙는것은 추하다.
축 늘어진 피부와 주름진 얼굴은 추하다.  늙어가는것을 멈추게 하는 약이 나오지 않는 지금 늙어가는것을
멈출수는 없다. 그게 신의섭리요 자연의 섭리지만 우린 20대부터 늙어가는 몸을 보면서 주체할줄을 모른다.
20대는 인생의 주인공이고  30대 40대가 될수록  대한민국이란 커다란 대하 장편영화에서 서서히 주연에서
조연으로 나중엔  아예 엑스트라로 되어간다.

늙는것은 더럽다
우리안에 그런 생각들이 있는것은 아닐까?  그래서 20대의 몸을 만들기 위해  몸에 그렇게들 투자하는게
아닌가?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것이 있다.
우리가 늙어감에 추함과 더러움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 늙어가면서 한겹한겹 쌓이는 경륜은 젊은몸으론
따라올수 없다.  똑같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젊은몸을 지닌 사람은 자기몸을 믿고 혈기왕성하게 돌진하지만 늙은몸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난 경험을 수첩에서 꺼내  지혜롭게 그 상황을
비켜나간다.


우린 언제부터 이런 늙어감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되었을까?
바로  늙은것들에 대한 멸시가 시작된후  자신이 20대에 멸시하던  늙은것들에 대한 손가락질이 이젠
부메랑이 되어 늙어가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공포스러워진다.  꿈같은 20대를 기억하며 그 20대의 몸을
그리워하며 자신을 파괴한다.  적극적인 사람은  성형을 택할수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냥
작은 떨림같은 공포심을 가지고 갈뿐이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늙어가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삶을
생각하겠지만


어찌보면 이것도 한국병

어제 미수다를 보면서 한국은 너무 핸드폰도 차도 집도 자주 바꾼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백배 공감한다. 지금 이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중에 20년 이상이된 물건이 뭐가 있는지
찾아봐라. 쉽게 찾지 못할것이다. 한국은 5천년이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100년이상된 건물은 손에 꼽고
5년이상쓴 핸드폰을 구경하기도 힘들며 10년이상탄 자동차 보기도 힘들다.  그냥 오래된것은 가치없고
추하고 볼품없다는 생각과   남보다 더 새롭고 좋은것을 찾는다.  다른나라 100년에 별할것을 10년만에
변하게 하는 힘을 가지곤 있지만 그 10년마다 확확변하는 서울은  획일적인 이미지만 생성할뿐이다



인사동에 가 보았다.

우리나라 골동품가게가 많은곳이지만 요즘 인사동은  그런물건 찾기는 힘들다.  오래된것들을 가치있게
보지 않는 한국의 모습에서 인사동도 중국제 물건이나  쌈지길같은 모던한 이미지가 대채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옛것을 거래하는 곳이였지만 이마저도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



늙는것이 정말 가치가 없는것일까?
몸은 죽을떄까지 20대로 지내다가  20대의 모습으로 죽고 싶은가?
모두가 20대라면 그 20대가 빛이 날수 있을까? 

늙는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늙어감을 가치있게 봐주고   인생선배로써의 시선을 가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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