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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다반사

왕따를 무서워하는 초등학교 4학년 딸

by 쇼비즘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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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가 집에서 좀 멀리 있습니다. 마을버스로 5정거장 정도인데 어른들에게는 지척인 거리지만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에게는
그곳은 좀 먼곳입니다. 마실의 개념보다는 외출의 개념에 있는 곳이죠.

그런데 지난 주  토요일날 딸이 외출하겠다면서 나간다고 하더군요. 어디가냐구 물었죠.
마트에 간다고 하더군요. 급하다면서 옷을 챙겨입고 나가더군요.  나가면서 마트에 간다고 하길래
뜬금없은 표정으로 봤습니다. 


누구랑 가는데?
친구랑.

그럼 만약을 모르니까  핸드폰챙겨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후 들어오더군요. 저녁에  TV를 보면서  마트에 왜갔는지 살며시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좀 주저하다가  말하더군요.

사실은 아는 언니가 안오면 왕따시킨다고해서 갔다왔다구요.
흠.  언젠가 딸이 커서 왕따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런문화를 접하게 되면 어떻게 해처나갈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딸의 입에서 요즘 부쩍 왕따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더군요. 그 때마다 왕따시키면 안된다. 왕따 당한 친구가 있으면 니가 먼저
다가가서 친구로 지내라라고 훈계를 했지만  말과 또 현실은 다르기에  말로만 얘기를 했었습니다.

딸은 자초지종을 다 말하더군요.

방과후에 딸은 합기도를 다닙니다. 딸이 다니는 합기도도장은 아파트단지내에 있는데  그곳에 한살 많은 5학년 언니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언니는 몇달동안 말도 안하고  붙임성도 없어서 왕따아닌 왕따로 지냅다고 합니다. 그런데 딸이 다가가서
말을 걸고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시켜준다음 친하게 지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5학년 언니가 학교에서는 품성이 바르지 못한 언니인듯 합니다.  자기맘에 안들면 절교를 밥먹듯이 하고
3번 찍히면 퇴학당한다고까지 말했다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좀 웃었습니다.

그 언니가 자기에게 3번 찍히면 퇴학시킨다고 하디? 
응?  선생님한테 말해서 퇴학시킨데.
하하하, 그 언니 못됐네,

이렇게 말하면서  요즘 아이들 맹랑한건지 한국의 서열사회를 배운건지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딸은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느날  딸에게 그 언니가 오더니  딸이 소개시켜준  딸의 친구가 그 언니를 만나기 싫어한다면서
그 언니가 딸에게 절교선언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 언니가 한마디 했다네요.

앞으로 좀 힘들거야. 나와 절교해서

딸은 그 언니랑 안놀아도 친구도 많고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서 아무렇지도 않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하소연을 나에게 하더군요.

절교선언이 먹히지 않은걸 알았는지 이번엔  그 언니가  오늘 마트갈건데 너 안나오면 6학년 언니들에게
찍힌다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합니다. 

절교선언했으면 절교해야지 또 만나는것 또 뭐람?  역시 어린얘들이라서 그런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날 그 전화받고 나갔다 왔다고 하더군요. 찍히면 퇴학당할것을 두려워했던것이죠.


그러고 보니 딸의 입에서 최근에 퇴학이라는 단어와 왕따라는 단어가 자주나왔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듯 합니다. 그냥 넘겨버렸던 이야기인데  앞으로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찍힌다고  퇴학당하는것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구 
왕따 시킨는 말에도 두려워 하지 말라고 했죠.  앞으로 그 언니가 뭐라고 하면 아빠에게 말하라고 다독거려주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얘들 노는데 어른이 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습도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잘못 끼어들엇다가는  오히려  따돌림 받을수도 있으니까요.  제 어렸을때 경험을 보면  얘들은 얘들끼리 풀고 놀다보면
저절로 판단능력이 길러지는것을 보아왔기에  더더욱 그러네요.

부모가 아이가 노는 곳에 가서 사사건건 훈수두고 훈육할수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이 놀다가 보면 나쁜행동도 하고 착한행동도 하지만  그렇게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산경험이 될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제 교육철학입니다.  다만 걱정인데  요즘 아이들은  우리 어렸을때인 70년때와 다르게  어려서부터 서열화가 심한가
보더군요.  하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맞고 들어와서 물어봤더니  학기초에  서열다툼을 한듯 합니다.
요즘은 초등학교2학년만 되도 서열싸움을 한다고 하더군요.

한세대전과 한세대후 아이들 노는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아이들의 문화는 좀더 삭막해졌습니다.  왕따라는 문화도 최근에 생긴것이고 서열화도 더 심해진듯 합니다.  이게 다  극악의 경쟁사회인 한국사회의  병폐겠지요.

잠자리에 들기전에  딸아이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왕따는  친구한명이상만 있으면 왕따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만약에 니가 왕따가 되었다고 해도  또 다른 왕따를
찾아서 친구하면 왕따가 아닌거야~

이게 말이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딸은 무척 안심하는 눈치입니다.
학교에서도 이런 서열문화를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만간 학교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전화 통화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학교현실을 알고 있는지 대책을 마련하는지  심각한것은 아닌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왕따라는 문화 왜 만들어졌을까요?
무리짓기가 한국인의 본능인가요?  생각해보면  우리 어른들의 세계에도 왕따문화가 있네요.
아이들만 탓할게 아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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