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다반사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첫 시험을 봤습니다.

by 쇼비즘 2008. 3. 11.
반응형

오늘 초등학교 일제고사가 전국의 초등학교 4,5,6학년 이 치루었습니다.
저는 시험이 있는지도 몰랐다가 포탈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올해 4학년인 딸아이가 시험을 봤다는 생각이 들고  오후늦게 딸아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시험 잘봤냐?
쉬웠어요 아빠.
왜 시험본다고 말을하지
시험본다고 말하면 시험공부하라고 말할까봐서 안했어요



딸아이는 시험전날까지 실컷 놀더군요. 저 또한 일부러 영어학원같은 곳을 보내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딸아이가 합기도같은 운동을 좋아해서 아파트단지에 있는
합기도 도장만 보내고 있습니다.  뭐 자기가 공부하고 싶을때 하라고 냅두고 있습니다.

퇴근길에 딸이 좋아하는 호떡을 사들고 갔습니다.
호떡을 먹는 딸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영어는 듣기평가로 나왔다면서
너무 쉬었어요.  보기에 1,2,3,4가 나오고  음성으로 쓰리가 나와요 그럼 3번에
칠하면 되요. 
시험보니까 반아이들이 어떻디?
다 싫어해요.
왜?
시험본다니까 시험공부 해야한다고 다 싫어해요
넌 왜 아빠에게 알리지 않았니?
그냥 시험공부 하기 싫어서요
아빠가 알면 시험공부하라고 했을까봐?



이 말을 끝내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안그런다고 생각하고 진보적인
아빠라고 생각하지만 시험이란 단어가 나오니 어렸을적 트라우마가 생각나더군요
초등학교때는 올수는 아니지만 상위권이었던 내가 중학교때를 거쳐 고등학교에
가니 반에서 중간정도밖에 안가더군요.
중1때는 담임선생님이 우리반이 15개반중 14위를 했다고 교훈을 치우고 14위라고
액자에 끼워서 태극기옆에 달아 놓으셨습니다.  우리반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피식하고 웃더군요.

야 니네반 14등이냐?


그후로 우리반은 5등을 한번 했디만 그 이후론 12등 13등 계속 그렇게 지냈습니다.
등수가 낮으면 낮은가보다 하겠지만 그게 아니였습니다. 우리 담임은 학생부장이었는데
성적표를 반아이들에게 돌려주고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빠따를 때리시더군요.
마치 군대의 연대책임을 심어주는  주술과 같은 의식같더군요.

그리고 고등학교를 가니 전국등수가 나오고 학교등수도 나오고  반등수도 나오고
시험때마다 스트레스더군요.  긴 마라톤에서  60만명이 참가해서 20만등 까지만
4년제 대학을 갈수 있는 합격증을 주고  나머지는 집에가서 놀던지 신경도 안쓰는
세상이었습니다. 그게 80년대 후반이었구요.
항상 저는 그 20만등안에 들기 위해  숫자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부모님들은 항상 그 성적표의 등수만을 중요시 하셨구요.

오늘 어머니랑 통화하다가 딸아이의 시험소식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 중학교때 5등까지했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시더군요.
나도 희미한기억인 5등을 부모님은 아직도 기억하시나봅니다.

오늘 딸아이가 시험본다는 말을 안했다는것에 그래도 말을해야지. 아빠가 시험잘보라고
맛있는거 사줄려고 했는데라고 말을 딸아이에게 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였을까 합니다.

시험은 무조건 잘봐야 한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성적만큼 쉽게 성공하는 잣대도 없어.


앞으로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될 아이에게 시험기간이라고 특별히 잘해주고
싶지 않네요. 시험성적이 엉망이 나오건 잘나오건 그냥 자기실력체크하는것으로
생각해야죠.  하지만 정부와 교육청은 기초실력 평가라고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반응형